학교 다녀온 중1 딸이 하는 말.
"엄마, 애들이 과학 수업시간에 다 자..."
"잉?!" "그럼, 안되지!, 중1인데 벌써 잔다고?!"
라떼 이야기를 꺼내자면, 중1은 아직 팔팔하고 고등학교 정도 올라가서 5교시 점심 먹고 졸릴 때 꾸벅꾸벅 몰래 졸던 기억이 있다. 중1이 벌써 엎드려서 선생님 앞에서 대놓고 잔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한두 명이 아니란다. 7명 정도가 엎드려서 자는데, 선생님도 너무 많이 그러니 하나하나 깨울 엄두가 안 나시는 것인지 그냥 수업을 진행하신단다.
우리 딸도 적잖이 놀랐단다. 우리 딸은 과학쌤이 좋고, 과학 수업이 재미있단다.
비단 과학수업뿐만이 아니리라. 담임시간에 대놓고 자는 일은 없다지만 그 외 시간에는 거의 매번 자는 아이가 있고, 그것도 대놓고 엎드려서 잔단다.
벌써 공부에 흥미를 잃은 것인지. 아무리 수업이 지루해도 선생님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하는데. 또, 밤에 잠은 안 자고 뭐 하는 것인지.
수업 시간에 자는 이유는 비단 수업이 재미없어서라기 보다는 밤에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집은 중1딸도 밤 10시 ~10시 반 사이에는 잔다. 더 깨어있으려고 하면 난 불을 꺼버린다. 밤 10시 반 이후에 딱히 깨어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깨어있다면 유튜브나 놀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한다.
난 아이들에게 "We have tomorrow, we need to sleep."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다. 아이들은 오늘만 있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만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고, 내일을 위해서는 오늘은 그만 자야 하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dIJe8H7Sfc
요즘 아이들은 넘쳐나는 미디어와 자극들로 자기 절제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결국 이런 것들은 집에서 부모에게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기본이 가정이고,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학교에 가서 아이들이 학문을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가정 교육인 흔들리니 학교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 수업시간에 자고 공부는 학원이나 집에서 한다는 아이들.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시대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진리는 학교 생활에 성실하지 않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는 어렵다.
대학입시제도를 교육의 맨 끝 정점으로 놓고 학교 교육을 바라본다면, 학교 교육은 별 효능이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현실이 바로 그렇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퇴를 하고 혼자서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는지, 학교 수업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지 이미 많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또, 그렇게 해서 성공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들도 많이 보았다. 그러나 학교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다. 가정교육이 아이에 대한 인성 교육을 책임진다면 학교 교육은 말 그대로 학문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것이다. 백지 같은 아이들 마음속을 세상에 대한 지식들도 채워나갈 수 있는 곳이 학교이다.
우리 사회는 각자가 자신이 처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때 살기좋은 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정에서 엄마로서 또 직업을 가진 사회인으로서 내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학생 시기는 "학문을 익히는" 시기이다. 학생이 공부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본인의 사회에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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