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대학교병원(SNUH)에 자주 방문한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내게 제2의 삶을 찾아 준 제2의 집과 같은 곳이다.
사실 나는 5년 전에 유방암 환자 진단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엄청 많기에 추후에 블로그에서 적어보려고 한다.
5년 전부터 나는 SNUH에 열심히 다녔다. 많게는 한 달에 6번도 간 것 같다. 그리고 1년 넘게 거의 매달 다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를 살아있게 도와주는 곳, 나를 케어해 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앞서서 불만을 갖지도 않았다. 아니 불만을 가질 입장도 아니었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발단이 된 의료대란이 올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 대학병원에는 전공의들이 없다.
대학병원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중증환자들이다. 이들은 수술을 요하거나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환자들이다. 그런데 병원에 일손이 모자라게 되면서 수술 일정이 미뤄지거나, 검사 일정이 미뤄지고, 또는 치료 방법에 변화가 생겼다.
난 유방암으로 지난 5년간 호르몬제인 타목시펜을 복용하였다.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자궁에 용종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제거하면 다시 생기고 제거하면 다시 생겼다. 5년간의 경험을 보건대, 분명 타목시펜의 부작용 같다. 지난 5년간 자궁 용종 수술을 3번 하였다. 이제 약은 2주 후에 끝기로 하였다. 암 진단 후 5년이 넘기도 했고, 자궁 용종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의사와 상의 끝에 그만 복용하기로 하였다.
11월 초에 3번째 자궁 용종 제거를 하는데, 이번에는 수술이 아닌 시술이었다. 상담사가 말하길 수술할 인력이 없고(마취과 전문의가 없단다, 뭐 없지는 않겠지만 다른 큰 수술에 배정할 인력도 모자란 것일 것이다), 시술은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뭐, 내 입장에서는 입원하지 않고 당일 이뤄지는 시술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수술보다 용종 제거가 깔끔하게 안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유는 제거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다.
어제 난 제거한 용종 조직검사 결과를 보려고 다시 병원에 방문하였다. 예약시간은 10시다. 9시 30분에 도착하여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진료시간은 늘 그렇듯 지연되고 있었다. 두 번의 문자가 왔다. 진료상담이 지연되고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문자였다. 유튜브 열심히 듣다가 지루해지기 시작하였다. 지연시간은 어느덧 1시간이 넘었다. 난 11시 10분쯤에 의사와 면담할 수 있었다. 면담시간은 1분쯤?!
조직검사 결과 단순 용종이니 3개월 후에 다시 봅시다.
의료대란이 지속되는 기간동안 진료를 보는 의사 선생님들도 업무 누적으로 피로도가 쌓여있다. 진료시간 지연은 늘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의료대란 이전에도 SNUH에서는 진료 대기 시간이 늘 길었다. 예약을 해도 30분은 기본으로 대기를 하였다. 전국에서 환자들이 모이는 대형병원이니 이해한다 하더라도 난 늘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고 느꼈다.
산부인과의 경우 초음파 검사가 필수이다. 대부분은 진료 당일 초음파 검사를 잡아주는데 이젠 그것도 안된단다. 이유는 역시 의료대란으로 인력이 모자란단다.
SNUH와 같은 대형병원에는 수련의들이 필수이다. 필수 의료인력인 수련의들이 사라지자 그 공백을 교수들이 채우고 있는데, 기간이 길어질수록 어쩔 수 없이 그 여파가 환자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난 누구의 편도 아니다. 얼른 이 대란이 종결되어 아픈 환자들이 더 고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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