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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의 생존- 지난 5년을 되돌아 보며...

by 멋진 아줌마 2024.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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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난 유방암 1기 판정을 받았다. 평소 아무 증상을 느끼지 않았고, 자연분만 2번에 첫째, 둘째 모두 모유수유 1년씩 하였다. 난 마른 체형으로 비만도 아니고 초경도 그렇게 이른 것은 아니었다. 난 유방암 발병률을 낮추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유방암에 걸렸다.

 

난 내가 유방암에 걸린 이유가 식단과 스트레스였다고 생각한다. 

 

We are what we eat. 

 

먹는 것이 우리를 결정한다. 식단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습관이 아니고 장기간 무의식 속에 지속되는 것이다. 난 유방암에 걸리기 전에 까페라떼 하루 1잔을 꼭 마셨고, 과자나 초콜릿을 즐겨 먹었다. 식사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건강한 밥상을 차리려고 노력은 했으나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유방암 환자 이야기

 

또 하나,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유방암 판정 1년 반 정도부터 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육아와 공부, 무엇보다 당시의 내 상황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사실 공부는 오히려 마음의 위안을 주었다. 힘든 생활 속에서 공부는 도피처 같은 곳이고 유일하게 내가 맘먹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잘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이었다. 아이들은 내 맘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고, 자신들의 의사표현이 많아지던 시기였다. 당시 우리 형편은 그렇게 녹록지 않아 얼른 이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하고 불안하고 화가 나고 그랬던 것 같다. 

 

처음에 왜 신은 이렇게 내게 가혹한가, 내가 그렇게 함부로 막 살지 않았음에도 나에게 이렇게 큰 벌이 주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너무 억울했다. 한참을 울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어느 순간 난 내 병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잘 관리하면 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첫째가 초2이고 둘째는 6살 때였다. 엄마 없는 아이들을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살아야겠단 결심을 했다.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에서 발견된 것이 감사하다고 생각되었다.  

 

난 유방암으로 오른쪽 유방을 절제하였다. 열심히 치료받았고 가슴 재건수술도 했다. 사실 별로 재건수술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여름이 다가오자 한쪽이 너무 납작한게 티가 나기도 하고, 의사 선생님도 재건하고 나면 만족도가 높다고 하는 게 좋다고 하셔서 결정하게 되었다.

 

유방암 절제수술 - 타목시펜

 

유방암 절제 수술 이후에는 타목시펜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타목시펜은 항에스트로겐 약물이다. 나의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 양성이다. 암세포에 여성호르몬 수용체인 에스트로겐 수용체나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많다는 것이다. 타목시펜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여 유방암 재발을 예방하는 약이다.

 

지난 5년 간 난 타목시펜을 하루에 1알 아침 8시에 복용했다. 이제 2주후면 이 지긋지긋한 약도 중단하기로 했다. 나처럼 여성호르몬양성 유방암은 타목시펜을 기본적으로 5년은 복용해야 한단다. 요즘은 10년을 권장하기도 한다고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그러나 모든 약이 그렇듯 타목시펜도 부작용이 있는 약이다. 가장 위험한게 자궁내막암이다. 타목시펜 복용 이후 난 자궁에 용종(polyp)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6cm 가까이 큰 용종을 제거하였다.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은 크기가 너무 커서 암인 줄 알았다고 하셨다. 그러나 조직검사 결과 그냥 용종이었다. 그렇게 용종은 제거하면 다시 생기고 제거하면 다시 생겨서 5년 사이 난 3번의 용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타목시펜 복용을 중단하면 이제 용종이 자라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약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치료와 예방의 효과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부작용을 야기하여 또 다른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유방암 환자로서 5년을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완치라는 것은 없다. 암환자는 평생 관리하면서 살아야 한다. 더구나 유방암은 재발율이 높은 암에 속한다. 난 내게 제2의 삶을 선물해 준 유방암에 감사하고 있다.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 글을 쓰다보니 요 근래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한 겸손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이래서 사람들이 글을 쓰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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