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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by 멋진 아줌마 202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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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부모와의 사이가 좋지 않다. 시댁은 가족 간의 유대가 전혀 없다.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시부모를 매일 보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화가 일절 없다. 마주하면 묵례로 대체한다.

 

남편은 시아버지와 마주하지 않기 위해 그가 집에 있는 시간이나 자기 전에는 집에 오지 않는다. 시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늘 말을 걸어보지만 남편은 이에 별 대응하지 않는다.

 

 

 

결혼하지 않은 고모는 가족들과 연락을 끊은지 2년이 넘었다. 연락이 정말 끊긴 지는 2년이 넘었지만 이미 그전부터 1년에 얼굴 한 번 볼까 말까였다. 같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지금은 연락처도 바꿔서 집을 찾아가지 않으면 연락도 안 된다. 사실 그 사이 이사를 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댁 가족들은 서로 남처럼 살아간다.  

 

이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가족이 이럴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원부모에게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부모와 며느리의 관계는 사실 정말 어려운 관계이다. 서로 조심하고 조심해도 상처를 주고 받게 되는 관계인 것 같다. 결혼 초기에는 그들이 조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곧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시부모는 둘이 사이가 좋지 않다. 처음부터 그랬단다. 발단은 시아버지의 소위 말하는 사이비종교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 부부 싸움이 잦았고 원래도 모난 성격의 시아버지는 툭하면 시비를 걸고 부부싸움을 했단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이미 그들은 내 앞에서 쌍욕을 하며 싸웠다. 당시 받았던 충격은 엄청나다. 

 

시월드 며느리

 

 

 

 

사람이 한 번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그 이후부터는 자연스럽다. 쌍욕은 기본이고 창피한 것도 없다. 내 앞에서 속옷차림, 심지어 시어머니는 알몸으로 다닌 적도 있다. 화장실 문은 늘 열어놓고 사용한다. 내 앞에서 엉덩이쯤 보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런 시부모를 이해하려고 한 적은 없다. 난 끊임없이 그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정상적인 집안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가정에서 성장한 남편이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것에 난 놀라울 뿐이었다. 

 

 

 

난 이런 비상식적인 시부모와 매일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다. 적당히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고 사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화를 낸다. 그러나 난 또 나름대로 이런 이들과 마주해서 나에게 득이 될 게 하나도 없기에 어쩔 수 없는 방어기제로 그들과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난 시부모에게 최소한의 예의만 지킬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하지 않는다. 그 이상을 나에게 요구한다면 난 욕을 먹더라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난 사실 욕을 많이 먹었다. 내 뒤에서 그들은 나에 대해 엄청 험담을 한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대적하진 않는다. 그래봐야 싸움이 날 것이고, 다시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그냥 상황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시부모는 내가 늘 자신들을 무시하고 차갑다고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주고 받는 것이다. 내가 받은 것이 없는데 어떻게 줄 수 있을까? 그들은 준 것도 없이 받고자 기대한다. 난 그렇게 마음에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못한다. 차라리 미움을 받는 게 낫다. 

 

최근 들어 시어머니는 나를 부쩍 미워하는 것 같다. 원래도 차가운 성격이지만 더 쌀쌀맞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추궁 아니면 불평이다. 이런 어른들과 매일 마주해야 하는 내가 참 안타깝다. 

 

 

난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미움받을 용기이다. 난 그들의 말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속으로 엄청 자기 쇠뇌를 한다. 시부모가 내게 남긴 단 하나는 강철멘탈을 갖게 해 준 것이다. 난 이제 웬만해서는 놀라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지난번에 시어머니가 내게 "싸가지가 없단" 말을 했을 때(사실 태어나서 그런 말을 처음 들었다), 그때는 정말 분하고 화가 나서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그러나 난 대꾸하지 않았다. 그런 말로 나의 감정을 통제하려는 그들에게 맞서 싸워야 한다. 내가 그들의 말에 휘둘리면 그건 내가 지는 것이다. 

 

난 살아야 하기에 미움받을 용기를 내야 한다. 이들과의 삶은 매일매일이 전투다. 말 그대로 난 여기서 흔들리지 않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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