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6년에 결혼하여 딸, 아들을 두 살 터울로 출산한 결혼 18년 차 중년의 여성이다. 남편을 만난 것은 대학교 1학년 말로 그를 알고 산 시간이 25년이 넘는다. 우리는 연애결혼을 했고, 7년간 연애를 했기에 난 결혼이란 결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편은 결혼 초부터 시어머니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마음(obedience)이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그 문제로 많이 다투었다. 늘 제3자가 우리 결정에 관여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지금은 남보다도 못 한 관계로 그렇게 지낸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원래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흔히 말하는 이단종교를 믿는 자로 종교문제로 남편이 어렸을 때부터 가족내 문제가 많았다. 시부모는 남편이 어릴 때부터 이혼하니 어쩌니 하면서 늘 말다툼을 벌였고, 그런 평안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남편은 현실도피로 공부에 매진하였다. 덕분에 남편은 소위 말하는 SKY에 진학하였고, 자식 다 키워놓고 이혼하겠다던 시부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직도 쌍욕 하면서 싸우지만 이혼은 하고 있지 않다. 이젠 서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으며 서로에게는 관심이 없다.
시아버지는 몇 년 전 뇌졸증이 왔었다. 한쪽으로 마비증세가 와서 급히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로 약은 먹으나 여전히 술을 매일 마신다. 70세가 되면 죽는다고 노래를 하던데 75세인 아직까지 살아있다.
그러나 우린 안다. 몇 년전부터 그에게서 치매 증상이 보이고 있다. 말투도 어눌하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물건을 잊어버리고 놓고 오는 경우가 잦고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욱하는 성격은 원래 그랬다고 하나 늙으면 잦아들어야 하는데 그렇진 않다.
가뜩이나 성격이 좋지 않은데 치매 노인은 화도 많이 낸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어 우리는 그를 '비인'이라 부른다. '비인'이란 '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이런 이에게 마음을 다하면 안 된다.
남편도 처음에는 지금처럼 비인을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식을 낳았다고 다 부모는 아니다. 부모로서 자식을 사랑으로 키웠어야 하는데, 비인에게서 그런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비인과는 마주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시어머니에게도 치매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가 많아지고 버럭한다. 사소한 일에 그럴 것도 아닌 것에 버럭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며느리인 내가 너무 편안해서 그런 것인지 갈수록 마주하기 싫어진다. 사실 치매노인은 얼굴도 바뀐다. 인상이 험상궂게 심통 있는 얼굴로 바뀌었다.
시어머니는 원래 자기 주관이란게 별로 없는 사람이다. 남이 하는 말을 거의 늘 따라서 반복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 꼭 그 말을 따라서 한다. 팔랑귀라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다 남의 말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남이 뭐라고 하면 그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는 나에게 막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싸가지가 없다"고 했다. 발단은 자기가 한 음식을 우리가 먹지 않는다는 이유다. 시어머니가 하는 음식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다. 너무 달고 너무 기름지다. 그런 음식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이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며느리가 있을까.
시부모 둘다 치매노인이라 치부하고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게 내 정신건강에 맞겠지만, 속으로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긍정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런 시부모와 늘 마주쳐야 하는 지금의 내 상황이 너무 화가난다.
내 삶에 자꾸 참견하고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하는 그들이 싫다.
난 이들에 맞써 싸울 것이고, 싸가지가 있든 없든 할 말은 하고 살 것이다. 부모라는 이름 하에 얼마나 많은 정서적 폭력을 행사하는지, 나이 들어 부모 대접을 받고 싶으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이 진심이라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식에게 마음으로 전달이 된다. 그런 진심을 받고 자라지 못한 남편이 지금의 부모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은 어쩌면 사필귀정이다.
이 뒤틀린 시댁의 가정사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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